지난 11월 24일 센터에 온 전화속의 목소리는 ‘다급함’과 ‘불안함’이 함께 실려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로 들어보니 한국에 온지 2달된 중국동포 오빠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의료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여 센터 의료선생님을 바꿔드릴려 했으나, 그 내용을 들어보니 회사에서 건강보험을 가입해주지 않아 보험 없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선 일하는 사업장을 확인하고 건강관리보험공단 민원실 담당번호를 알려준 후 시간이 너무 늦으니 담당자와 통화가 끝나면 바로 전화를 달라고 하였다. 곧이어 다시 한 번 벨소리가 울렸고, 건강관리보험공단에서 사장이 가입을 거부하면 방법이 없으니 사장과 잘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너무 늦어 우선 다음날 센터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다음날 일찍 일하던 사업장에 찾아가서 사장과 만난 후 온 동생 분에게 또 다른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업주와 힘들게 만났는데, 사업주는 건강보험에 가입시켜줄 생각도 없다고 하고, 만약 가입하게 되면 벌금을 내야 하는 데 당신들이 벌금을 낸다면 가입시켜줄테니 각서를 쓰고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선 동생분과 뇌졸중의 경위와 내용을 듣고, 건강관리 보험공단에 전화를 걸었지만 그곳에서는 이주민들은 자신들 담당이 아니니 노동부에 전화를 해보라고 하였다. 다시 노동부에 전화를 했지만, 그곳에서는 관할지역노동부와 통화를 하라고 하였고 다시 관할지역 노동부에 전화를 걸었지만 그곳에서는 건강보험은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며 건강관리 보험공단에 전화를 하라는 것이었다. 화를 억누르고 다시 건강관리 보험공단에 전화를 하였더니, 지역 공단으로 연결을 해주었고 다시 지역공단에서 3명의 담당자와 통화한 끝에 겨우 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었다. 담당자에게 사실관계를 이야기 해주고, 직권조사를 위해 필요한 서류가 있는지 직권조사가 가능한지 문의를 하였으나 담당자는 실질적으로 직권조사는 불가능하니 사장과 이야기를 잘해보라는 이야기만 되풀이 하였다. 사장이 가입을 거부하여 공단에 전화를 한 것인데, 공단에서 사장과 이야기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다시 이야기를 하였지만 건강관리 보험공단은 다른 공단처럼 직권조사를 할 수도 없고 그럴 힘도 없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미가입 사업장의 숫자가 너무 많은데 그걸 어떻게 일일이 직권조사를 할 수가 있겠냐는, 건강보험은 4대보험문제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만 따로 할 수 없다면서 실질적으로 조사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결국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되든 안 되든 필요한 서류라도 있으면 말해달라고 하니, 월급봉투에 월급대장, 통장, 근로계약서를 가지고 오라는 것이었다. 다시 상담자와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작은 식당이라서 근로계약서도 봉투나 통장도 없이 현금으로만 월급을 받았다고 이야기 하였고 한국에서 치료비가 너무 비싸 모레 아침 비행기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면서 신경써주어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상담자를 돌려보내고 난 후 뒷모습을 보면서 타지에서 상처와 고통을 겪고 있는 모습에 슬픔과 자책감이 함께 몰려왔다.
현행 고용허가제와 방문취업제에 대해 정부에서는 합법적 이주민인 만큼 내국인만큼 법적 보호를 받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각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정부의 이야기와는 전혀 반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업장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이주민을 계약만료도 전에 기숙사에서 쫒아내고 이탈신고를 하는 사업주에서부터 임금을 주지 않은 채 자신은 잘 해 주었다는 사업주, 법적으로 꼭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 4대보험과 이주민관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나 몰라라 하는 사업주까지 실제 현장에서는 법과 전혀 상관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업주들에 대한 처벌과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곧 이주민들에게 피해로 다가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더 이상 자신들의 정책을 자화자찬하지 않고 이주민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만들어진 법안에서나마 감시와 조사를 지속적으로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