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방된 미누,  존경하고 사랑해요
                                                                                                    
                                                                                                                     최정의팔(우리 센터 대표)

미누, 존경해요.

   지난 10월 9일 단속되어 화성보호소에 감금된 미누(39세. 네팔명 미노드 목탄)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가 단속되어 화성보호소에 감금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재빨리 머리를 회전시켰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현 한국정치상황, 특히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추방에 목숨을 건듯한 현실에서 미누의 강제추방을 막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동안 미누가 한국사회에서 활동한 경력, 그리고 17년 8개월이라는 장기체류자라는 점을 등을 고려해서 막후교섭을 해서 일시보호해제 등 체류를 모색하는 방법과 아니면 정공법을 통해 미누의 석방을 하는 방법 등을 생각했다.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지만, 그래도 정공법보다는 막후교섭이 가능성을 높을 것같았다. 여하간에 선택을 미누에게 맡겼다.

   미누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것은 사실 예상한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미등록이면서 공개적으로 활동해온 미누에게 후자는 아무리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선택할 수 없는 사항이었을 것이다. 미누가 단속되기 전에 그에게 체류를 위해서 국제결혼을 고려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본인이 강제로 추방되더라도 장기체류자가 그러한 이유로 인해서 체류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체류를 위한 국제결혼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답을 들을 적이 있었다. 자신의 이익보다는 모든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우선 고려하는 미누를 나는 존경한다.

미누, 미안해요.

   10월 13일 화성외국인보호소로 미누 면회를 갔다. 미누는 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불법으로 체류했다는 이유로 죄수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는 오랫 동안 이주노동자이지만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산 것이 아니라 이주문화 활동가로 한국의 이주노동자의 억울함과 고통을 노래하고 알리는 버팀목이었는데, 오히려 이러한 활동이 표적단속의 대상이 되었다. 열흘 전 한가위를 맞아 네팔 가수를 초빙하여 네팔이주민을 위한 한가위 잔치를 동국대에서 진행했을 때, 그와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금은 서로 손을 잡을 수도 없는 위치가 되었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겨우 열심히 강제추방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뿐이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쓸데없는 희망을 심어주기보다는 싸움이 쉽지 않을 수 있으니 마음을 정리하라는 냉혹한 말도 한마디 덧붙였다.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가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를...

   미누의 삶을 돌아보면 너무나 미안할 뿐이다. 그와 처음 만난 것은 성공회성당에서 농성했을 때이다. 2003년 강제추방을 반대하면서 우리는 함께 농성을 하였고, 그 때 그는 스톱크렉다운(강제추방 중지)라는 밴드를 결성하였다. 이 밴드의 리더가수로 활동한 그는 이후 농성이 끝난 후에도 계속 밴드활동을 하면서 전국을 누비며 이주노동자의 아픔과 희망을 노래하였다. 이후 미누는 자신이 미등록이어서 언제라도 단속되어 강제추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 채 이주노동자방송국의 대표로서, 이주노동자영화제의 운영위원장으로서, 다문화전문강사로서,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알리는 데 헌신하였다. 미누는 우리가 이주노동자관련 행사를 할 때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함께 하였다. 미누는 18년 동안 한 번도 네팔을 가본 적도 없고, 심지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임종도 보지 못했는데, 그동안 내가 해준 일은 너무나 없기 때문에 오직 미안한 마음이 든다.

미누, 사랑해요.

   법무부장관 면담이 거절된 후 우리는 22일 법부부 규탄집회를 갖고 다시 화성보호소로 미누를 면회하러 갔다. 미누의 강제추방을 저지하려고 탄원서도 만들고 강제추방 이의신청서도 제출했지만, 그러한 것이 기각된 상황이어서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그의 강제추방을 위해 네팔대사관에 임시여행증명서 발급을 의뢰하고 있었다. 본인의 의사와 관련이 없이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서 네팔 대사관에서도 본국의 훈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데, 전례를 보면 미누가 곧 강제로 추방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미누의 표정은 담담하였다.

   다음날 미누는 네팔로 강제 추방되었다. 미누의 강제추방을 단행한 정부에게 미누가 무슨 해로운 일을 한국사회에 했나 묻고 싶다. 체류는 비록 허가를 받지 못했어도 그가 그동안 해온 일은 다문화사회를 향한 한국사회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본다. 그것을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10여년 이상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사회에 해로운 일을 한 범죄자가 아니라면 우리와 더불어 살게 하는 것이 인간적인 사회가 아닌가 묻고 싶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그렇기 때문에 장기 미등록체류자를 합법화조치를 해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정부가 비정하게 미누를 강제 추방했는데도 미누는 떠나면서까지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미누를 나는 사랑한다.

미누, 희망을 노래해요.

   네팔로 도착한 미누가 한국에서 강제추방된 다른 이주노동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니 밝게 미소 지은 모습이어서 마음이 놓인다. 보름 동안 보호소에서 마음 고생, 몸 고생을 많이 했을 터인데 그래도 건강은 그렇게 해치지 않은 것같다. 사진에서 씨릴, 토르너 등 오랫 동안 한국에서 함께 했던 얼굴들을 보니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 지난 2월에 네팔에 갔을 때 토르너가 허전하게 “할 일이 없으니 다란 근처의 고향에 가서 아버님이 하시던 농사일이나 돕겠다고...”한 말이 다시 내 마음을 어둡게 한다. 그동안 20여년의 청춘을 폐쇠적인 한국사회의 다문화를 위해 노력했던 미누가 이제 한국에 돌아올 수 없으니 네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성공회성당에서 함께 농성하면서 그가 부른 노래가사가 생각난다. 그 노래 제목은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 가자.“ 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노동자 쓰러지지 않아
밟히고 또 밟혀도 다시 일어나
누가 뭐래도 우리는 노동자
작업복에도 아름다운 일꾼
피땀 흘리면서 당당하게 살아간
세상을 바꾸는 한국을 만드는 노동자"

   희망을 노래하는 미누의 활동이 네팔에서도 지속되기를 희망해본다. 그것을 위해 무엇인가 나도 일조를 하고 싶다. 미누가 한국정부를 향해 “이주노동자를 일회용 쓰레기로 취급하지 말도록” 외친 것처럼 우리도 ‘“이주노동자를 운동을 위한 소포품으로 활용하지 않기 위해서” 그가 고향 포카라에서 마음과 몸을 정리한 후 내년 2월경에 네팔에 가서 그의 노래를 듣고 싶다. 꽃보다 아름다운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상을 바꾸는 노동자로서의 그와 함께 힘을 모으고 그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다시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