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두산다 삐와바제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최근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은 몹시 분주하다. 매일 장시간 힘든 노동을 하지만, 그들의 나라인 미얀마의 유혈사태가 그들의 몸과 마음을 그만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일이 끝난 밤 늦은 시각, 그들은 미얀마 민주시민의 투쟁을 돕고자 항의집회를 구상하고 한국의 연대단체들에게 연락하고 또한 본국의 변화되는 상황에 밤늦게까지 귀를 기울인다. 잠을 설치면서 이들이 이렇게 미얀마의 민주화시위에 함께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자기들의 나라에서 열흘 넘게 대규모시위가 이어지고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러대고 총을 쏘는 군인들에 의해 10여 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얀마가 민주화되고 경제상황이 좋아져야 이주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미얀마 사태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 8월 15일 정부가 취한 연료소매가격 인상조처라고 한다. 물론 1962년 이후 계속되어진 장기 군사독제체제에 대한 염증, 군사정권의 정제실정 및 무능력 등이 그 배경에 있다. 1988년 ‘랑군의 봄’ 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정의 독제정치는 점점 가혹하게 국민을 탄압하고 있고, 최근의 경제정책은 계속 실패하고 있었다. 2004년 인플레이션을 잡는다고 정부가 쌀 수출을 금지해서 농민들의 수입이 줄어들었고, 2005년엔 정부의 보조금 부담을 줄인다면서 정부 보조기름의 가격을 예고 없이 8배나 올려 민중들의 삶은 위기에 몰려 있다. 그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독재정권을 지탱하고 있는 공무원과 군인의 월급은 5-12배를 올렸으니 일반 민중들이 독재정권을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을 것이다.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연평균 30%가 넘은 살인적 물가상승에서 이번 연료소매가격 인상은 민중들에게 직격탄이 되었던 것이다.  

   실업자 수 만 명이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거리를 찾아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 또한 끝없는 군부독재정권의 가혹한 탄압을 피해 자유를 찾아온 난민의 입장에서, 이번 미얀마 사태는 전화위복이 되기를 간절하게 염원할 수밖에 없다. “삐두산다 삐와바제(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를 외치는 것은 비록 몸이 외국에 와 있다고 하더라도 외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인 것이다. 삐두산다 삐와바제는 그렇게 높은 욕구가 아니다. 국민들은 배불리 먹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을 원한다. 이를 위해 독재정권은 물러나 민주화되고 경제는 소수의 특권자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부를 나누는 것이다. 더 이상 총칼로 국민을 위협하지 않고 비얀마의 풍부한 지하자원에서 나오는 부로 배를 곯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소박한 꿈은 그렇게 쉽게 단순히 이뤄질 전망은 아니다. 벌써 미얀마는 45년이란 장기간 군부독재정권이 지배하여 대부분 국민들이 이에 익숙해져 있다. 이번 시위도 실은 비교적 군부독재정권과 맞설 수 있는 일부 승려들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고, 거기에 시민들이 가세한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찰들은 아직 침묵하고 있고 시위의 중심역할을 한 랑군의 사찰들은 폐쇠되었다고 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압력이 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이 경제 제재조처를 하고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일부국가들은 아직도 군사정권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5.18 때 우리는 외국에서 많은 지원과 연대를 경험하였다. 이런 외부의 지원은 우리나라 민주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이번 유혈진압을 계기로 이제 우리는 미얀마의 민주화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본다. 시민단체들은 ‘미얀마물품 안사기 운동’에 동참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얀마군부정권을 지탱해주는 정부의 태도를 변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한국정부는 미얀마에 가스유전개발로 깊숙이 관련을 맺고 있고 한국 기업들은 미얀마 전체 수입의 4.3%을 수출하는 등 독재정권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말로만이 아니라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서방에서 하고 있는 경제제재조처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미얀마 국민들이 염원하는 “삐두산다 삐와바제”가 실현되고 이주노동자들도 본국에 귀국하여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