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과 지역주민의 공존을 위한 네크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문화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파키스탄 출신 귀화인 임란 씨는 사촌 여동생과 결혼했다. 임란 씨의 아버지는 동생이 죽은 후 집안의 큰 아들이 가족 전체를 돌보는 파키스탄 관습에 따라 동생 가족을 돌보았는데,  그 의무를 이어가고자 조카딸을 아들과 혼인시켰던 것이다. 8촌 이내 혈족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파키스탄에서는 사촌간의 결혼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문화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임란 씨는 형편상 아내를 한국으로 초청하여 함께 살아야 하는데, 법무부는 민법과 사회적 통념상 그 혼인을 인정할 수 없다며 아내의 비자발급을 거부했다. 임란 씨는 이미 한국국적을 받을 때 파키스탄 국적을 포기했으므로 파키스탄에 가려면 3개월짜리 비자를 받아야 하는 외국인 신분이며,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에 모든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었다. 임란 씨는 2007년 7월 ‘파키스탄의 근친간 결혼이 우리 관습과 다르지만, 그들이 오래 전부터 살아온 방식’이라며 ‘파키스탄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진 혼인을 인정해 한국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이상 내용 한겨레 2007년 7월 30일자 참고).

   한국사회에서 ‘사촌간 결혼’을 인정해 달라는 임란씨의 요구는 실로 ‘충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임란 씨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안이 민법 809조를 개정해야 하는 입법 관련 사항이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당시 그의 아내는 임신 4개월이었으니 지금쯤은 아마 아기가 태어났을 것이다. ‘다문화주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와같은 다양한 문화와 요구를 우리 사회가 배척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경청하고 합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다문화주의를 수용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 한국문화와 관습, 법률, 제도에 근본적이고 다양한 변화도 용납해야 될 것이다.

1. 다문화사회로 방향 지은 정부정책
  
1) 재한외국인처우 기본법안

   지난 2007년 5월 17일에 제정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법률 제8442호)은 그 제정 이유를 “재한외국인을 그 법적지위에 따라 적정하게 대우함으로써 재한외국인이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하도록 하고, 대한민국과 재한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국가의 발전과 사회통합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이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재한외국인에 대한 처우 등에 관한 정책의 수립·시행에 노력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법무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5년마다 외국인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상호주의 원칙을 고려하여 수립하고, 이를 외국인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도록 되어 있으며(제5조),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기본계획에 따라 소관별로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기본계획 및 중앙행정기관의 시행계획에 따라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되어 있다(제6조).  특히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며 문화적 차별을 없애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제 18조의 다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에 대한 조항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과 재한 외국인이 서로의 역사․문화 및 제도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교육, 홍보, 불합리한 제도의 시정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 다문화가족 지원법안

   또한 지난 2008년 2월 19일에 국회에서 통과되어 앞으로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다문화가족지원법안은 “최근 국제결혼의 증가 등 국가 간 인적교류의 활성화로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음에도 뿌리깊은 ‘단일민족 의식’으로 다문화가족의 생활 전반에 다양한 편견과 차별을 야기시켜 주류사회로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고,  결혼이민자 및 그 자녀 등으로 구성되는 다문화가족은 언어문제 및 문화적 차이로 인한 사회부적응과 가족구성원 간 갈등 및 자녀교육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 “다문화가족의 구성원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순조롭게 통합되고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정책의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제3조).

3) 현장과 겉도는 다문화정책

   정부에서 이렇게 다문화정책을 세워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다문화 정책이 아니라 다문화 관련 정책 사업만이 확장되면서 구체적인 현황에 입각한 실천 대안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효관 님은 이주노동자와 이주 여성은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고용관계 및 가족관계에 놓여 있고 자신의 문화적 특성을 표현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으며, 이주민 자녀들이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적응 프로그램은 마련되어 있지만, 외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증진시킬 시민 대상의 다문화교육은 별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한국사람 만들기’차원에서 전개되는 한시적인 복지, 보호적 관점의 사업들은 존재하지만, 상호 이해과정을 통해 다문화주의적 사회로의 진전을 위한 진지한 노력은 미흡하다고 비판한다.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주민 및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책도 그렇게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는 못하다. 소강춘 님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성결혼 이민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문화교육에 대해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총괄기관이 없어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기간에 걸쳐 전면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한국어 ․문화교육과 같은 사업이 단기간 또는 일회성 행사로 흐르는 경향이 있어 교육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또한 총괄기관이 없어 정부 각 부처별로 예산이나 인력이 중복 투자되고 지원기관이 분산되어 있어 프로그램이 중복될 뿐만 아니라 산발적으로 진행되어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으며, 국가 전체적인 예산규모는 상당하나 각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어 효율적이지 못하다. 소강춘 님은 각 기관들이 지역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각 기관들의 장점만을 살려서 이 사업을 추진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한국어․문화교육의  교육과정과 교육내용, 강사양성, 교재 개발 및 보급 등은 중앙 관련 부서에서 담당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서 교육시키기 위한 사업은 지방문화원, 보건지소, 주민자치센터 또는 기존의 여러 기관 등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또한 소강춘 님은 “다문화 정책의 대상자들에 대한 고려가 전혀 부족한 상황으로 획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도시지역과 농촌지역, 농촌지역에서도 주요 생산 활동에 따라 삶의 형태가 다양한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사업은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도시지역에서는 도시형 상설교육장이, 농촌지역에서는 농촌형 상설교육장이 설치되어 운영되어야 하며, 교육장까지 이동하기가 쉽지 않은 농촌지역 거주자들을 위해서는 집합교육 뿐만 아니라 방문교육도 병행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교재도 이주민의 지역적 다양성, 학습능력의 차이, 거주지 생산활동에 따른 차이 등을 고려해서 개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2. 이주민과 지역주민 공존을 위한 지역커뮤니티 네트워크

   정일선 님은 이민 선진국의 이민자 가족 지원정책과 비교할 때 우리 나라 정책의 가장 큰 차이점을 다음 다섯 가지로 대별했다. 1) 우리나라가 관주도형(상명하달식)이라면, 이민 선진국일수록 민간영역을 활성화시키고 있다는 점, 2) 우리나라가 행정라인을 중심으로 정책집행이 이루어지는 반면, 이민 선진국은 네크워크를 강화하여 활용한다는 점, 3) 우리나라가 외국인 및 결혼이민자를 정책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이민 선진국은 이들을 정책대상이면서도 정책과정에 개입하는 정책 주체로 활용한다는 점, 4) 우리나라가(지자체일수록)  행정라인을 풀가동한 지원정책에 급급해 한다면, 이민 선진국은 지역 전문가 및 자원활동가의 지속적인 양성에 공을 들인다는 점, 5) 우리나라의 정책은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배제된 정책서비스 제공자 ↔이주민 간의 양자가 관계 중심이라면, 이민 선진국은 지역공동체의 다문화 인식제고를 기반으로 한 정책서비스 제공자, 이주민, 지역공동체 삼자간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 지적처럼 우리가 이민 선진국처럼 이주민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 커뮤니티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관주도형이 아니라 지역공동체, 지역 이주민과 함께 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우선 지역실태조사를 해야 하고 그것을 근거로 이주민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주민회의를 열어 그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고 특히 진정한 의미에서 민간단체와의 파트너쉽을 견지해야 한다고 본다.  

1) 지역실태조사
    지역 내 이주민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 관할 지역에 있는 이주민들의 국적, 숫자, 성별, 체류별(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 지역적 분포 등의 조사를 실시하고 그들의 요구는 무엇인지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재한외국인처우 기본법안에도 제 9조(정책의 연구·추진 등)에 법무부장관은 기본계획의 수립, 시행계획의 수립 및 추진실적에 대한 평가, 위원회 및 실무위원회의 구성·운영 등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한외국인, 불법체류외국인 및 귀화자에 관한 실태 조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다문화가족지원법에도 제4조(실태조사 등)에 여성가족부장관은 다문화가족의 현황 및 실태를 파악하고 다문화가족 지원을 위한 정책수립에 활용하기 위하여 3년 마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실상 지역실태조사는 다문화사회로 방향 지은 정부정책에서 기본적인 주춧돌을 놓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런 사실을 무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에 있었던 지자체에서 주선한 이주민관광지원은 전혀 현실을 모른 채 진행된 좋은 사례라고 본다. 대부분 이주노동자나 이주민은 주중에 외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지자체에서는 토요일에 관광행사를 잡아놓고 그것을 추진하려고 이주민 동원을 협력하라고 공문을 내려 보냈다. 결국 이주민이 동원되지 않아 이 행사는 취소될 수밖에 없다. 이주민은 무조건 무료관광을 좋아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현실을 도외시한 프로그램은 성공할 수가 없다.  

2) 이주민을 주체로
   이주민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정책의 파트너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권리에 기반한 사회정책’을 실행하면 첫째, 보편적 가치를 갖춘 도덕적․정치적․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회정책을 시행할 수 있게 됨으로 사회정책이 정치․경제의 잔여적 영역이 아니라 모든 정치․경제의 목적이 되는 핵심영역으로 격상하고, 둘째 인권적 접근은 똑같은 서비스를 받더라도 사람들을 비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를 가져오며, 셋째 인권은 인간을 자력화해 더욱 높은 수준의 복지정책을 요구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며, 정책의 만족도를 높인다.
   다문화주의는 소수자의 문화적 다양성은 보장하지만 동시에 이들의 종족적 고립을 막고 주류사회의 의미있는 참여자로 변화시켜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이주민을 주체로 하기 위해서는 민간 전문가와 자치단체 공무원, 학자, 당사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조직하고 필요한 사업과 내용을 정하여 이를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자치단체 각 위원회 중 외국인 이해관계 시에는 외국인 대표 할당, 배려해서, 이주민의 대표를 직접 각종 위원회에 참여시켜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협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이주민들의 요구와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특화된 기제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독일의 외국인위원회(Auslaenderbeirat)가 있다. 이 위원회는 2천 명 인구 이상의 지자체에 외국인들의 인권과 권익에 관한 결정들에 대해 발언권을 지니도록 설치되었으며 현재 이것은 독일에서 외국인의 대안적 정치참여 형태로 자리잡고 있으며, 전국에 45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일본 가나가와현의 외국국적 현민 가나가와 회의, 사이타마현의 외국국적을 가진 현민 현정 모니터제도, 하마마츠 시의 외국인 시민회의 및 지역 공생회의, 히로시마시의 외국인 시민시책간담회 등도 모두 이주민들의 요구와 정책을 수렴하기 위한 제도이다.

3) 민간단체와의 파트너쉽
    정부, 지자체,  민간의 이주민 지원 지원센터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적극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이주민을 위한 지역사회의 단체, 종교기관의 지원활동을 요청해서 민간단체 및 종교기관이 적극적으로 이주민 지원 사업에 나설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재한 외국인처우기본법안 1조(민간과의 협력)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정책에 관한 사업 중의 일부를 비영리법인 또는 비영리단체에 위탁할 수 있고, 그 위탁한 사업수행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다문화가족지원법에도 제 제16조(민간단체 등의 지원)에 “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족 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단체나 개인에 대하여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거나 그 업무수행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결혼이민자등이 상부상조하기 위한 단체의 구성․운영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의 담당자들은 이러한 민간단체와의 파트너쉽을 형성하기보다는 관주도형(상명하달식)으로 진행하고 민간단체를 들러리로 등장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07년 구미 이주민 축제와 문광부에서 주최한 Migrants Arirang은 이런 점에서 좋은 대조를 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 거의 비슷하게 4억원의 예산으로 진행된 두 축제에서 민간단체를 파트너쉽으로 함께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Migrants Arirang에는 거의 3만여 명에 달하는 이주민들이 참가하여 글자 그대로 이주민 축제가 되었지만, 구미 이주민 축제에는 사람들은 많이 모였지만, 이주민이 보이지 않아 이주민 축제란 명칭이 무색하게 되었다. 그 중요한 이유는 구미축제에서는 관이 주도하고 이주민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의 협력을 받지 못했고, 마이그란트 아리랑은 관의   후원 하에 이주민 지원단체들이 중심적으로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3. 외국사례를 통한 벤처마킹

1) 일본 아이치현 니시오시 사례

   일본 아이치현 니시오시는 1990년 이래 브라질인 이주민이 급증한 인구 10만 여명의 지방도시로 이주민들은 시내에 있는 3개의 현영(12)주택에 집주하고 있다. 니시오시에 등록한 외국인은 총 5,502명(2007년 8월 1일)으로 브라질인이 대다수이지만, 지역 주민들이 외국인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기 때문에 현재 일본인 주민과 외국인 주민이 심각하게 대립하는 일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곳에서 기존의 반상회, 자치회에 외국인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서로 관계를 형성해왔으며, 외국인을 주민으로 인정하고 자치회 활동 등 다양한 의무를 완수하도록 요청함과 동시에 필요한 지원을 하여 일본인 주민, 외국인 주민 모두가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를 목표로 노력해왔다. 그러한 결과로 주민들이 상호 협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주민들은 ‘아미고의 모임’이라는 그룹을 형성하여 자체적으로 포르투칼어 교실을 운영하고 독특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페스타쥬니나 축제’를 온 지역 주민이 참가한 가운데 매년 개최한다.
    니시오시가 이렇게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는 조건을 연구한 조사자료에 의하면, 그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리더의 존재: 당사자인 각 현영주택 자치회가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기존의 자치회 조직을 이용하여 브라질 사람 몫의 임원직을 상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지역 리더들이 외국인 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지향했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가능했다고 본다.
   ②브라질인 리더의 존재 : 일본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브라질인 리더는 자치회의 일본 임원들로부터 신임을 얻었고 또한 일본어를 할 수 없는 브라질인 주민과 일본인 사이에 가교역할을 해냈다.
   ③네트워크의 기능: 리더들을 지지하는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이것이 제대로 기능해왔다. ‘니시오시 외국인과의 공생을 생각하는 모임’은 ‘외국인 주민과 함께 살 수 있는 지역만들기’를 특정 지역에만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시 차원에서 대처방안을 생각하기 위해 2001년 7월에 발족하였다. 공생모임의 기반은 현영 주택 자치회의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졌지만, 이사 28명은 주택의 주민뿐만 아니라 마을 연합 반상회 임원, 니시오시 내의 여러 자원봉사활동과 시민활동에 관련된 사람들, 시의회 의원, 현의회 의원, 초중학교 교원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었고 브라질인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브라질인도 이사로 선출되었다. 다양한 지역 활동에 관련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전 지역적 차원의 지원활동을 전개해서 이러한 모범사례를 이룰 수 있었다.
   ④ 도시 규모 : 외국적 주민의 인구, 집주지역의 집주규모 등이 시민 차원에서 대응이 가능했던 범위였다는 점, 그리고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쉽고 기능하기에 적정한 규모였던 것이다.
    
2) 가와사키 시의 사례, 외국인시민 대표자 회의

   기초자치단체인 가와사키 시는 인구 130만 명 이상의 대도시이며, 2005년 말 현재 외국인 등록자는 27,619명이다. 가와사키 시의 혁신적인 외국인시민정책의 실현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외국인 주민 자신, 특히 재일 조선인의 차별철폐와 권리획득을 위한 인권운동의 역할이다. 가와사키시는 1972년 모든 외국인에게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한 것을 시작으로 1974년 히타치 투쟁에서 승리한 재일조선인 인권운동의 차별시정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외국인등록, 시영주택 입주자격, 취학안내, 생활보호자의 장학금 지급 등 시 주관의 업무에서 중앙 차원의 관련법을 무시하고 국적조항을 철폐해 나갔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1980년 경 중앙차원의 법 개정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가와시키시는 시의 정책을 논의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1988년부터 ‘지방정부 정책 심포지엄’을 매년 개최하였다. 1994년 이 심포지엄에서 외국인시민대표자회의의 설치를  제안 받은 시가 외국인시민시책으로 채택함으로서 외국인시민대표자회의가 설치되었다. 1966년 대표자회의 설치조례가 제정되어 제 1회 가와사키시 외국인 시민 대표자회의가 개최되었는데, 이 회의의 의미는 ‘지방 참정권을 대신한 시정참가’, ‘외국인의회’로서의 역할이다. 대표자회의가 제도적인 성격상 시장의 부속기관이기 때문에 회의의 내용이 외국인시민시책에 대한 제언, 외국시민에 의한 문화․스포츠의 진흥,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대응의 세 가지 점에 한정되어 있지만, 가와사키시는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여 2000년 ‘가와사키시 주택기본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3) 국제결혼이민자 지원을 위한 외국사례의 국내 적용방안

   경기도 가족 여성개발원에서는 2006년 3월부터 2007년 3월까지 1년간에 걸쳐 경기도에 거주하는 1,013 가구를 대상으로 국제결혼 이민자 가족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근거해서 경기도 국제결혼 이민자가족을 위한 정책적 지원방향을 ①국제결혼 이민자 가족의 기본생활보장 및 한국생활 적응력 제고 ②견혼 이민자의 문화적 역량발휘 및 지역사회발전 도모 ③다문화 친화적 지역사회 환경조성 등 세 가지로 제시하고 다양한 정책과제를 제안하였다. 또한 이 기관의 정책개발 실장 정기선 님은 결혼이민지 지원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해외 사례를 참고로 경기도가 밴처마킹해볼 만한 사업들로 ①외국인을 위한 각종 상담 및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콜센터 설치 운영, ②외국인과 결혼이민자로 이루어진 ‘외국출신 경기도민 회의(가칭)’을 만들어 이들의 목소리를 경기도정에 반영하고 이들이 주체적으로 경기도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제공, ③다문화적 지역사회 환경 조성을 위해 자국민에 대한 인식전환교육 및 사업, ④국공립 유치원이나 탁아소에 외국인 배우자 자녀 우선 입학제 실시, ⑤ 출신국 별로 ‘본국문화예술 홍보단(가칭)’을 구성하여 각종 문화행사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 등을 제안하였다.

4. 지역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이주민 프로그램 유형(안)

1) 다양한 소통기회 마련을 위한 프로그램

○ 이주민 나라별 전통 축제 개설 및 해당국가와의 교류 및 우의 증진
- 지역마다 특정한 날짜를 정해 다문화축제 개최, 해당국가와 문화교류 및 친선관계 증진.
○ 이주민 공원 조성(예 : 홍콩의 ‘센트럴 파크’)
- 이주민이 마음놓고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 소규모 공연장 및 벼룩시장 등 개설
○ 지역 거주 이주민을 위한 월별 기념일 제정
- 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나라의 특별한 날(예 독립기념일, 명절)에 해당국가 소개 및 행사
○지역 ‘국제교류센터’ 설치와 쌍방향 문화교류 시행
- 이주민에게 일방적인 한국문화 전달을 지양하고 이주민의 문화를 국민에게 알리는 쌍방향 문화교류 장치를 마련
○ 국민에게 외국어 및 다문화  습득 기회 부여
- 각 동회 주민자치센터에 이주민을 강사로 활용해서 외국어 강의 코스, 다문화 가정 주부 교실(음식 및 노래 배우기) 등을 개설

2) 다문화 교육

○ 국제이해교육을 초중고등학교, 지역사회에서 실시
- 다문화사회에 대한 인식 전환 교육 강화 및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켐페인 전개
○ 다문화 가정 자녀 및 이주민 자녀를 어린이집, 방과후 교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처
- 국민 자녀들과 함께 동등한 기회 부여
○ 다문화 캠프 실시
- 상호간에 문화를 익히고 교류를 넓힐 수 있도록 아동, 청소년 등 다양한 다문화 캠프

3) 이주민 지원정책 마련

○ 관공서 민원실에는 외국인 전용 창구 마련 및 토탈 서비스
  - 이주민을 위한 별도 창구 및 모국어 행정서비스 시스템 구축
○해당 외국어로 만들어진 지역사회 가이드 북 제작과 비치 및 배포
  - 이주민에게 모국어로 된 지역생활 및 긴급상황시 필요한 정보 안내 책자를 만들어 배포 (문광부 제작 건강협회... 등 참조)
○이주민이 많이 모이는 요소에 외국어 신문, 안내장, 잡지 등 비치 및 배포
- 해당국에서 발행되는 대중 매체물을 입수하여 공공기관 배치 및 무료 대여
○ 외국어 Web-site 개설 및 활용
- 현지어로 운영되는 다국어 웹 사이트 개발 및 운영(정보전달)
○ 지역 소출력 라디오 방송국 설립 및 운영
- 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이주민의 언어로 운영되는 소출력 FM 라디오 방송 운영
○ 이주민 행려환자, 노숙자들의 수용 및 지원
- 한국생활 적응에 실패한 이주민을 위한 대책으로 임시 피난처를 제공하고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교육 및 지원대책 강구
○ 연초 ‘이주민을 위한 달력’ 제작 및 배포
- 이주민을 위한 정보달력 및 수첩을 제작하여 무료로 배포
○ 이주민을 위한 상담소 및 쉼터 개설 지원
- 이주민의 고충처리를 위한 상담소를 설립하고 오갈 데 없는 이주민을 위한 쉼터
○ 도서관에 이주민을 위한 코너 개설(언어별 도서 수집)
- 현재 운영 중인 도서관에 각 국 언어로 된 도서를 수입 배치
○ 은행 및 보건소의 특성화 지원
- 평일에 은행 및 보건소 등 공공기관의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이주민에게 예금, 송금, 환전, 보건소 이용 등을 휴무일에도 처리할 수 있도록 특성화 지원대책.
○ 자원 재활용센터 설립 및 운영
- 중고 가전제품, 중고 가구 등 이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활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 이주민을 위한 직업 안내 센터 설립 및 운영
- 이주민에게 적절한 직업안내를 할 수 있도록 특성화된 직업소개소 운영
○ 이주민을 위한 자국 먹거리 구판장 개설
- 이주민이 안정적으로 각 나라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도록 구판장 개설


5. 장기적 안목에서 다문화주의 정착

   한국의 강력한 ‘동화’이데올로기는 이주자들의 문화적 정체감을 ‘없어져야 할 것’ 또는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 등으로 의미 부여함으로써 자존의 기반인 이들의 ‘문화적 정체감’을 심하게 훼손하는 방향이 강하다. 그렇지 않고 이주민의 자국 문화를 존중한다고 해도 그 문화에 대한 특정한 재현방식을 선호한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재현하고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습관화된 방식이다. “가난한 나라의 최하층 일꾼”, “부정한 존재 또는 오염의 근원”, “불쌍한 인종” 등과 같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다양한 재현은 한국인의 부체의식을 자극하거나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이들을 바라보게 하는데 기여하지만, 이들의 복잡한 정체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마찬가지로 결혼이주자 여성에 대한 재현은 “한국사람 다 됐네”라는 말로 시작되는 한국문화에의 동화노력이 근접성의 정도를 보여줄 때만 보여진다는 점이다. 결국 문화권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이들이 능력, 역량, 잠재성을 공공적으로 표현하고 이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삭제시킴으로써 다른 권리들을 제한하게 만든다.
   이주자들에게 ‘한국식’으로의 동화 또는 무권력, 침묵 이외에는 선택할 것이 주어지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마치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적 입장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만드는것 자체가 허구적일 수 있다. 이 논쟁은 적어도 가족이민이 허용되고, 소위 ‘불법’이주자도 시간이 지나 체류국에서 영주권을 얻어 정착이 가능했던 국가들에서 일어날 수 있다.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한국은 이민 수용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사회의 다문화주의 논의가 정부에 의해 ‘차용’됨으로써 다문화주의의 정치적 의미를 희석시키고 다문화주의가 여성결혼이민자와 그의 가족을 ‘관리’하는 정책으로 변질되었다.
   이제부터 한국사회에서는 다문화사회에 대한 담론이 논의되기 시작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다문화주의가 공론화되거나 합의된 적은 없다. 현실로서 다문화사회를 인정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문화의 보존 및 존중이 강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불투명한 ‘사회통합’의 수단으로 다문화정책을 삼고 있기 때문에 아직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고 본다. 특히 20여만 명이 넘는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은 ‘한국에 존재하는 외국인’, ‘외국인 정책’의 대상이 아니며 동일한 기본권의 주체이며 사회구성원이라는 점을 부인하고 있는 실정에서 다문화주의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권, 사회통합, 다문화주의라는 관점에서 현재 여러 가지 법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혈통에 따른 국적부여, 이중국적 불인정, 단기순환과 정주화방지, 가족결합금지 등 혈통주의와 민족주의적 인식을 이제 넘어서서 국적부여원칙, 영주권확대, 미등록이주노동자 합법화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글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실시한 2008년도 제1기 다문화사회관리과정에서 강의한 것을 게재한 것으로 많은 부분 인용된 자료가 있으나 주가 첨부되지 못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