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문화 향유에 대한 단상(斷想)
요즘 들어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늘어가고 있다. 영화 ‘반두비’ ‘바리케이트’ ‘믿거나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라든가 제4회 이주노동자 영화제 “짬뽕이 좋아” 등이 그 예이다. 기존에는 양념정도로 이주민이나 이주노동자를 언급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이주노동자가 전면에 등장하고, 또 주인공을 맡기도 한다. 우리센터 실무자들도 단체로 영화 ‘반두비’를 관람하기도 하였다. 이주노동자 주인공인 마붑씨와 우리 센터가 인연이 있기도 하고, 상업영화에서는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겸사겸사 관람한 것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영화 뿐만 아니라 뮤지컬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얼마전 배우 임창정씨가 주연으로 나오는 ‘빨래’를 쉼터 식구들과 함께 관람한 적이 있는데, 비교적 객관적으로 묘사한 듯한 느낌이었다.
과거 이주노동자에 관련된 내용을 보면 이주노동자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의 내용이거나 너무 감정에 치우쳐 이주노동자를 그저 동정이나 시혜의 대상으로만 보는 내용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요즘에 영화나 연극에 등장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다. 한국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의 모습이나, 한국에 와서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모습, 그리고 더 이상 이주민이나 이주노동자가 이방인이 아닌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살아가는 모습들 모두 이 땅에서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이다. 그런 여러 가지 사는 모습이 여러 작품을 통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제는 이주노동자가 영화나 연극, 그리고 뮤지컬 등의 소재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뜻있는 기획사에서 이주노동자를 초청하여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하고, ‘이주노동자 영화제’처럼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문화의 한 축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 없이 반가운 현상이다.
지난 7월 26일에는 국립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오페라 ‘사랑의 승리’를 주최측의 초청으로 우리센터 한글교실에 나오는 학생들과 함께 관람하였다. 이주노동자들은 잘 알아 들을 수 없을 텐데도 무척 즐거워하고, 다음에 또 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렇듯 어느새 이주노동자들도 대상화되는데 그치지 않고 문화를 향유하는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 이 또한 환영할 만한 일이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본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이주노동자에 대해 편견을 가진 일부 한국인들의 시각이다.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한국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왜곡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의 문화 향유에 대해 한국문화에 대한 침해라고 생각한다거나, ‘나도 못보는 오페라를 이주노동자들이 관람하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이 그들이 원하는 문화를 즐겨하고 향유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특권이나 사치는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일요일외에는 거의 쉬는 날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그 쉬는 날도 빨래나 개인적인 일을 하다보면 제대로 쉬는 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드물게 제공되는 문화적 혜택이 어찌 사치라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더 많은 문화적 향유를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짐으로써 직장에서도 일의 능률이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주노동자들은 문화에 있어서도 더 주체적인 모습으로 문화 속에 들어가 즐기고 향유하며, 그런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날을 꿈꾸어 본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 ‘Heal the world’의 가사처럼 'Make a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이재산 사무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