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5년 실태조사를 통해 본 변하지 않는 이주노동자의 현실

  2004년 8월 17일부터 시행된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허가제)’이 시행된 지 어느덧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정부에서는 고용허가제에 대해 송출비리를 방지하고 내국인과 동일한 인권·노동권을 보장하는 국제적인 외국인력정책이라 평하며 성공적 정책으로 평하고 있다. 또한 현재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일부의 문제로 폄하하며 근본원인에 대한 치료보다는 몇 가지 개선사항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09년 6월부터 8월까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이하 외노협)에서는 현재 발생하는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총 533명의 이주노동자를 상태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들어난 큰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송출과정에서 드러난 송출비리 문제이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에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2,635달러의 송출비용을 들어가고 있으며, 이중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6,105달러를 지불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강력한 제제 조치가 필요하다 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매년 정부에서 발표하는 송출비용 평균과 시민단체의 송출비용 조사 금액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현지 조사가 정확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 할 수 있다. 정부에서 고용허가제로 인해 송출비용이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가 차이가 난다면 이를 외면하지 말고, 정부와 시민단체·학계가 함께 현지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된다.

  두 번째로 근로계약과 근무조건의 차이이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업장변경의 근본원인 중 하나인 근무조건은 특히 근로계약 당시와 근무조건이 다름으로 인해 더욱더 큰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본국에서 맺은 근로계약과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동일하다고 답한 이들은 39.5%에 불과했다. 이와 같이 근로조건의 차이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을 고민할 수밖에 만들며, 현재 3번의 사업장변경 제한과 3년간의 노동활동 기간에서 근로조건의 차이로 인한 사업장 변경은 고스란히 이주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계약서상의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에서 일을 하게 된다거나, 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에게 계약 전 회사 안에서만 일한다고 했으나 선상에서 근무하는 것, 근무시간과 임금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과 같이 이주노동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되는 사례를 바라볼 때 근로계약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준수는 꼭 이루어져야 하는 사항이라 생각된다.

  세 번째로 산업재해에 대한 문제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무직이 아닌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는 1년에 1회 이상 정기 건강검진을 받도록 되어 있다. 또한 사업주는 해당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공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여 적절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함과 동시에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시켜야 하며, 국가의 산업재해 예방시책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제대로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고 있다고 답한 이들은 27%에 불과하며 이해할 수 있는 안전교육을 받고 있는 비율도 26.8%에 불과하였다. 내국인노동자에 비교하여 이주노동자들의 재해율 및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조사처럼, 이와 같은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등 뒤에는 자신 한명의 삶이 아니 아니라 고국의 가족들이 함께 있다. 결국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는 자신의 가족들이 모두 함께 안아가야 하는 짐이며, 특히 현재 산업재해 이주노동자들이 치료비자로 생활하고 직업재활교육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산업현장은 이주민의 개인과 가족 모두에게 큰 불행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가건물과 비좁은 기숙사는 이주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위협과 함께 3D산업에 종사중인 이주노동자들의 제대로 된 휴식을 보장하지 못해 이들의 삶에 큰 위협이라 생각된다. 이번 실태조사에 맞추어 함께 진행된 주거환경 심층조사를 통해 본 대부분의 주거환경은 공장에 붙어 있는 방이나 가건물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한방에 10~15명의 이주민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좁은 생활공간은 위생적으로나 편의적으로 매우 불편함 뿐 아니라, 그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누군가 한명이 감기에 걸릴 경우 모두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크며, 열악한 환경은 병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제공하고 있던 주거비용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하는 일련의 조치(중기협의 숙식비공제에 관한 규칙제정 과 고용허가제 개정안의 표준근로계약서 변경)에도 불구하고 주거비용을 둘러싼 이야기만 할 뿐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와 같은 시설에 대해 주거비용을 전가하는 것 자체도 이치에 맞지 않을뿐더러 기초적 주거환경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임금의 20%를 주거비용으로 책정한 현재 상황은 이후 갈등과 반발만을 초래하리라 생각된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며 과거 산업연수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국제적 수준의 외국인력정책을 펼치겠다고 이야기 하였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심각한 수준의 기본권 침해는 이주노동자사회 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제도상 허점으로 인해 발생되고 있는 사건의 경우 고스란히 그 피해를 이주노동자가 받게 되고 있는 현실은 정부의 탁상공론에 불과한 정책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생각된다. 아직도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의 위기 속에 살아가고 있다. 또한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한 주거환경의 삶은 그들의 기본권에 큰 침해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정부는 고용허가제 개정안을 발의하며 현재 발생하고 있는 기본권침해의 해결이 아닌, 고용주와 기업위주의 고용허가제로 또다시 개편하려 하고 있다. 현재 고용허가제의 제도적 허점의 피해가 고스란히 이주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피해는 외면당하여 지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의 정책은 그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정책이 되어야 함이 사회 공익을 위하여도 도움이 된다 생각된다. 하지만 과거 정부 정책을 바라볼 때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 보다 기업과 가진 자를 위한 정책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이 점이 더욱더 크게 발생하였다. 한국의 경제수준이 안정화 추세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정부에서는 더 이상 가진 자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사회약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정책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