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도입 5주년을 맞아
무엇이 '공익'이고 누가 '공익을 대변'할 수 있는가
지난 8월 17일로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났다. 2003년 고용허가제가 입법화 될 당시에 송출비리, 인권침해, 불법체류 등 외국인력제도인 산업연수제에 대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용허가제가 도입되었는데, 과연 이러한 문제점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는지 되돌아볼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고용허가제가 도입될 당시 기본원칙이었던 ‘노동시장의 보완성의 원칙’과 ‘차별금지의 원칙’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는지를 평가하여 향후 외국인력제도운영에 반영해야 된다고 본다. 외국인력을 도입하면서 내국인 고용우선의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로 인해 국제적 내지 국내적 인권규범을 위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에서는 2009년 6-7월에 실시한 ‘고용허가제 시행 5주년 이주노동자 인권실태조사’를 토대로 고용허가제가 어느 정도 이러한 문제해결에 기여는 했지만, 아직도 일부 국가에서는 송출비리가 심각한 수준이고 또한 사업장 이동 제한 등 인권침해가 여전하고 그리고 미등록이주노동자가 20여만 명에 달해 고용허가 도입 목적을 온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노협에서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송출비리 발생국들에 대해 인력도입 중단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하며, 국내에서는 전국적인 실태 조사를 진행하여,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구체적으로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인 ‘사업장 이동제한’을 폐지할 것, 이주노동자 숙박비 공제를 철회할 것, 송출비리를 철폐할 것 등을 강조했다.
고용허가제의 주무부서인 노동부와 시행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도 ‘고용허가제 시행 5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설동훈교수는 ‘고용허가제 시행 5년의 성과 및 향후과제’란 제하의 강연을 통해 대체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했다. 설교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입장에서, 한국인 노동자의 입장에서, 한국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그리고 송출국사회의 입장에서 고용허가제에 대해 평가를 하면서, 향후의 과제로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미치는 경제적, 사회적 효과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고용허가제 기본원칙의 준수를 통해 공공선의 극대화를 추구할 것을 강조했다. 즉 사업주의 요구를 반영하되 국내 노동시장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침해가 없도록 하면서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기회, 임금, 노동조건의 잠식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허가제 시행 5주년에 대한 외노협 성명서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자료를 보면서 과연 “공익은 무엇이고”, “누가 공익을 대변할 수 있으며“, ”어떻게 공공선을 추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외노협 성명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보장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이에 대해서 설교수는 ”이러한 지원단체의 주장이 ‘분파적 이익’을 대표하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공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중재자의 입장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그러한 공익의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인지 묻게 된다. 또한 설교수는 외국인력 관련 이해관계자 5개 집단을 예시하면서 한국사회 전체 입장에서의 평가를 주장하는데, 이러한 전체입장이라는 것은 누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인지 질문을 하게 되면서 그러한 입장은 곧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하게 된다.
지원단체들이 분파적 이익을 대표한다는 설교수의 주장에 대해 필자는 공감할 수가 없다. 이것은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동등한 권력이 있을 때 가능한 주장이라고 본다. 고용주, 이주노동자, 한국인 노동자, 한국정부, 송출국 정부가 모두 동등한 힘이 있을 때는 상호 이익을 주장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주노동자는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입국할 때 엄청난 경쟁속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고용주에게 선택되어 들어와야 하고, 한국에 들어와서도 직장이동의 자유가 없이 한국인에 비해 가혹한 노동조건에서 근무해야 한다. 이에 반해 고용주는 자기 마음에 드는 노동자를 선택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 과연 분파적 이익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의 다양한 시민사회운동, 즉 장애인, 여성, 빈민 등 모든 분야의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것이 분파적 이익을 대표한다고 표현한다면 이에 동감을 표시할 시민사회단체는 없을 것이다.
소위 ‘공익’이라는 표현의 허구성에 대한 필자의 경험을 한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가 장애인이동을 위한 편의시설촉진운동을 펴던 20여 년 전의 이야기이다. 당시 대부분의 지하철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장애인이 이동하기에 무척 힘겨웠다. 당시 우리 단체가 위치해있던 서대문 지하철 역에 찾아가서 이곳에 중증장애인이동이 많으니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줄 것을 요청하니 역 직원은 ‘공익’을 운운하면서 “장애인 몇 명을 위해 수억 원이나 드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느냐”고 오히려 필자를 나무랐다. 그 때에 필자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임산부, 노약자, 환자 등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고 반론을 폈으나 ‘공익’과 설치비 수억 원을 이야기하면서 그 직원은 오히려 필자를 ‘생각이 모자란 사람’으로 치부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모든 지하철역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모두 지하철을 편리하게 사용하게 되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외국인력제도를 평가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미래상이라고 본다. 한국사회가 다른 나라와 더불어 살고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방향을 자리매김하려면 무엇보다도 송출국 사회와 한국이 동반자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인과 외국인노동자들이 상호이해를 도모하여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각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중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고용주가 외국인노동자를 한국인 노동자와 차별하지 않고 동일한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맺어 근로계약법을 준수하고, 한국인 노동자가 “만국의 노동자는 하나”라는 의식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배척하지 말고, 한국정부가 송출국 정부와 대등한 위치에서 상호협력을 모색하여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방적으로 고용주의 입장에서 ‘이주노동자의 직장이동의 권리’를 제한한 고용허가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