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의 ‘건강권’보호는 체류국 의무


   한국이주민건강협회는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이주민의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대와 정책, 제도적 개선을 위해 ‘이주민의 건강문제’를 주제로 4월부터 월례토론회를 개최하기 시작해서 지난 9월 24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이주민 100만 시대, 통합적 이주민 보건․의료정책을 논하다”라는 주제로 월례토론회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토론회는 특별히, 이주민들이 느끼는 보건․의료문제에 대한 발언과 함께 다양해진 이주민에 대한 민간단체의 건강권 지원 현황과 보건복지가족부의 이주민지원정책의 방향성 및 보건․의료정책과 활동에 대한 종합토론의 자리로 우리 사회의 이주민에 대한 건강권 인식 증대와 함께 현실적인 통합적 보건․의료정책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건강권’은 국민의 권리 이전에 ‘인간’의 권리이며 ‘인권’의 개념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건강권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세계인권선언 제25조, 한국이 가입․비준하여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2조와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제5조는 건강권의 주체를 ‘모든 국민’이 아닌 ‘모든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체류 중인 이주민이 이미 120만 명을 넘어섰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건강권의 주체를 모든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인권의 개념에서 보호되어야 할 응급의료나 출산, 아동의 건강권도 법적인 지위에 따라 보장되며 국민의 건강권 보호라는 명목 하에 전염성 질환에 감염된 이주민들은 강제추방의 대상이 된다. 결혼이주여성이 아닌 미등록이주여성노동자들의 출산은 우리사회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며 이들의 자녀는 태어나면서 부모의 법적지위를 이어받아 우리사회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자국민의 출산장려를 위한 대책은 넘쳐나고 자국민 출산 감소의 대책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의 출산은 장려하지만 이주여성노동자들의 91.1% 이상이 출산을 경험하고 12.7%가 사산의 경험이 있어도 이들의 모성은 보호되지 않는다. 또한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시행되는 전염성 질환에 감염된 이주민의 강제추방 정책은 오히려 치료와 상담을 기피하고 도피하여 음지로 숨어드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이는 정부의 건강권 보호 정책이 명백히 비인도주의적이며 그 대상의 차별적 선별이 더 이상 자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건강한 신체를 조건으로 육체노동을 위주로 하는 업종에 종사하기 때문에 의료기관 이용 자체가 고용불안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의료기관의 이용을 꺼려한다. 하지만 정부의 무료진료 정책은 이주노동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우려로 그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정부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오해가 이주노동자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에 또 하나의 장벽이 되고 있다.

   한편 근골격계 질환 등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있다.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불편한 자세로 장시간 노동하고 위험한 기계를 조작하는 등의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근로환경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국인 산업재해의 감소 추세에 반하는 것으로 예방을 위한 대책이 시급함에도 산업재해 판정에 있어서 이주노동자에게 업무관련성 입증의무부과를 도입하여 산재 판정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주노동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사회에 기여를 하고 있고 우리사회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생산인력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지만 의무는 강조되고 인간의 가장 기본권인 건강권마저도 제한적이다.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는 물론 사회적 의료비 감소를 위해서도 이주노동자의 의료기관 접근성을 방해하는 의료장벽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현재 건강보험 가입률이 30%정도인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가입으로 전환하고 지역보험료를 현실적으로 낮추는 등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출신국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이주민의 건강권에 대하여 체류국가가 국제적․보편적 책임에 따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의료팀장 김미연)